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구조개혁 방안은 포화상태를 넘어선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국내 대학과 전문대학은 358개나 되며, 대학 입학정원이 대학 지원자보다 많은 기형적인 ‘공급초과현상’이 심화되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대학이 늘고 있다.
올 대학입학 정원은 65만명인데 입학자는 57만명에 불과한 실정으로 4년제 대학의 미충원율은 11.7%,지방 전문대는 28%에 달했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어 2021년에는 대학지원자가 43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대를 포함한 대입 정원은 1970년 5만 4000명에서 1980년 20만 5000명으로 4배나 증가한 이후 1990년 34만명, 2000년 65만명으로 10년마다 거의 두 배 가깝게 늘어났다.
대학교육의 수요는 20년 정도 장기예측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왜 대입정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가. 그 이유는 우리 국민의 과다한 대학교육열을 볼모로 한 지방 정치인과 주민의 대학유치경쟁, 대학운영자 등 관련 집단의 이기적 행태가 겹쳐 대학신설 및 증원을 제한없이 허용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입학자원부족으로 대학들이 줄줄이 자연도태하게 될 것은 뻔한 상황이고, 그 일차적 책임과 피해는 해당 대학관계자들이 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보다 심각한 문제는 부실한 대학교육의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들이 보게 되며,우리나라 대학이 국가발전의 핵심엔진인 인적자원을 제대로 육성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단시일 내에 고무풍선처럼 급팽창한 대학에 내실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로 교수 확보율, 장서 수 등 대학경쟁력 지표에서 한국의 대학은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대학구조개혁을 통한 대학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은 것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그런데 과거 몇 차례 내놓은 유사한 개혁방안이 대학관계자의 집단적 저항과 당국의 추진력 부족으로 구호로만 그친 전례에 비추어 보면, 종합방안이 성공적으로 집행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번 구조개혁에서 가장 핵심적 수단은 대학정보공개라고 볼 수 있다. 대학의 주요정보를 상시 공개하는 대학정보 공시제를 도입하고, 학문분야별 대학평가를 활성화하여 그 결과를 공표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대학이 제공하는 정보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대학 전체, 그리고 학문분야별로 공정한 정보를 생산하고 평가할 수 있는 평가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므로, 빠른 시일 내에 평가인프라를 구축하여 정보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에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한편, 대학으로 하여금 자체적으로 특성화를 시도하고 신규 교육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대학교육의 장소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
현재 대학캠퍼스는 대부분 교외에 위치하고 있는데,신규 재교육수요는 인구밀집지역인 도심부에 있다. 대학원의 일부강의를 도심부에서 진행하도록 허용할 경우 신규수요 창출은 물론 직장인 학생들의 통학에 따른 교통체증 유발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대학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치밀한 후속조치가 마련되어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